2022년 6월 17일 금요일

여전히 브랜드는 기능을 따른다. - 매거진 B(Magazine B) No.89: Arc'teryx

https://trevari.co.kr/bookreviews/show?id=870c0e94-f792-4adc-91ec-25b60553c6f7


정점에 있다고 평가받는 명품 브랜드들은 한 때 당대 최고의 혁신적인 기능성과 실용적인 시도로 주목 받은 것들이다.


명품 브랜드를 얘기하면 항상 제일 먼저 언급되는 에르메스는 퀄리티 높은 마구용품으로 귀족들에게 주목받았고, 자동차 후드에 사용되던 지퍼를 가방에 최초로 도입하여 유명해졌다. 또한 전쟁통에 크림색 종이 상자가 동이 나자 당시 천대받던 오렌지색으로 과감히 패키징을 시도하였는데, 현재 에르메스 디자인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이 외에도 최초로 발의 아치 구조를 신발에 적용하고 푹신한 코르크 밑창을 사용하여 유명해진 페라가모, 무겁고 관리가 불편한 가죽 소재 가방만 있던 시대에 가볍고 편한 나일론 소재를 최초로 시도한 프라다도 당대엔 혁신적인 기능성으로 출발한 브랜드들이다.


평소 브랜드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나는 아크테릭스라는 브랜드를 매거진B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다 읽을 때쯤엔 왜 아크테릭스가 명품의 반열에 오를만한 브랜드인지 이해했다.


아크테릭스를 최초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암벽등반 시 체중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면서 몸을 견인하는 하네스 덕분이었다. 이후 아크테릭스는 고어텍스 자켓의 방수 테이핑 폭을 기존에 없던 수준으로 줄이는 시도로 한번 더 주목받으며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인상 깊었던 것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미사여구보다 인터뷰에서 매번 등장하는 실용성에 대한 찬양과, 패션을 따라가기보단 궁극의 기능을 추구하는 개척자가 되겠다는 철학을 가진 임직원들이었다.


새로운 브랜드는 끊임없이 나오지만,

시대가 흘러도 살아남는 브랜드는 기능에 충실한 것들 뿐 아닐까.